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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남-매부 한 지붕…살아나는 분쟁 불씨
- 작성자 :
- 관리자
- 작성일 :
- 2023-03-29
노랑풍선은 2019년 1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이 영향으로 고재경 회장의 지분율은 21.82%로 낮아졌으며 ▲최명일 회장 16.60% ▲최명선 전무 8.39% ▲고정선 씨 7.76% ▲최명희 씨 7.75% 순이었다. 즉 고 회장이 노랑풍선의 실질적 창업주이자 개인 최대주주였지만, 최 회장 일가가 지분율을 40.51%까지 늘리면서 사실상 주도권을 빼앗은 셈이다.
당시 시장에선 오너일가와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상장 후 66%에 달하기 때문에 외부 세력과 경영권 분쟁이 발생하더라도 충분히 방어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했다. 다만 고재경 회장과 최명일 회장의 지분율 격차가 크지 않고, 3대주주(최명선 전무), 4대주주(고정선·최명희)가 최 회장과 친족이라 가족 간 경영권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고 회장과 최 회장은 시장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2019년 공동목적보유확약을 맺었다.
확약서에는 '상장일로부터 3년간 보유 지분에 대한 의결권을 상호 공동 행사하고, 향후 지분을 매각할 때 상대방에게 우선매수권을 부여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노랑풍선이 제출한 상장신청서엔 '보호예수 및 공동목적보유확약 기간 종료 후 지분 매각에 따른 경영권 분쟁 발생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명시해 가족 간 갈등을 봉합하진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주목할 대목은 두 가문이 경쟁적으로 주식을 매입해 왔단 점이다. 고재경 회장 가족들은 상장 직후인 2019년 8월부터 9월까지 노랑풍선 주식을 사 모았다. 고 회장 부인인 유민자 씨와 세 자녀인 미옥·미연·원석 씨는 약 2억5000원을 들여 1만5765주를 장내매수 해 지분율을 0.34%포인트 확대했다.
그러자 최명일 회장 일가도 2019년 11월부터 노랑풍선 주식을 매집하고 나섰고, 코로나19가 시작된 2020년 5월까지 주식 쇼핑이 이어졌다. 최 회장 자녀인 선호·성현 씨와 최명선 전무 부인인 곽정숙 씨와 두 자녀 영준·영재 씨, 최명희 씨 아들인 신진철 씨까지 총 2억6000만원(1만8156주)을 투입해 고 회장 측이 늘린 지분보다 0.04%포인트 더 많은 0.38%포인트를 추가했다.
시장에선 두 가문이 노랑풍선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한 시점이 코로나19 팬데믹이 본격화되기 이전이었던 만큼 주가부양 차원보다는 경영 우위에 서기 위함이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팬데믹이 극성이던 2021년부터 작년 상반기까지 두 가문 모두 주식 매입을 중단했다가 엔데믹이 본격화 된 작년 9월부터 다시 매집에 나섰단 이유에서다. 실제 작년 연말 고 회장 측은 3만4285주, 최 회장 측은 2만3000주를 사들여 노랑풍선 지분율을 각각 13.34%, 25.29%까지 끌어올렸다.
이에 고재경 회장과 최명일 회장이 맺은 주식 공동보유 계약이 작년 1월 끝난 만큼 경영권 분쟁이 언제 발생해도 이상치 않다는 게 시장의 시각이다. 나아가 고 회장과 최 회장의 사내이사 임기가 종료되는 내년 3월이 분기점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재는 여행업이 정상화되고 있는 시기이니 만큼 양측 모두 분란을 만들지 않고 있지만, 경영이 안정적 궤도에 올라서면 양측 모두 노랑풍선에 대한 지배력 니즈가 더욱 커질 가능성을 높게 점쳐서다.
여행업 한 관계자는 "두 회장이 가족 관계인 만큼 업계에서 불화설이 돈 적은 한 번도 없다"며 "하지만 실질적 오너이자 창립자인 고재경 회장이 영업 쪽을 총괄하고 있는 반면, 인사·재무를 관장하는 최명일 회장이 곳간 열쇠를 쥐고 있어 견제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고재경 회장과 최명일 회장의 관계가 좋지만, 자녀들의 승계 문제를 놓고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갈등이 수면 위로 올라올 수 있다"고 언급했다.
최명일 회장이 현재는 개인 최대주주인 고재경 회장의 특수관계인으로 묶여있지만, 이 관계를 해제하는 절차가 어렵지 않다는 점도 우려를 키우고 있다. 일례로 경영권 분쟁이 발생한 한진그룹과 금호석유화학의 경우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박철완 전 금호석유화학 상무가 각각 독자적으로 가족들과 협의 없이 특수관계를 종료한 바 있다. 두 가문이 공동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필요가 없어지게 되면 상대방 가문에 불리한 의사결정이 가능해진단 얘기다.
김남은 아주기업경영연구소 부본부장은 "특정 지배주주가 절대적 지분율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어 경영권 분쟁 개연성이 있다"며 "두 회장의 경우 지분율 격차가 크지 않기 때문에 분쟁이 발생한다면 봉합이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한편 노랑풍선 관계자는 경영권 분쟁 우려에 대해 "여행이라는 단일 업종으로 코스닥에 입성하기까지 두 회장의 두터운 신뢰가 바탕이 되지 않았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현 시점에 두 회장의 관계를 논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가능성을 일축했다.
이세정 기자 sjlee@dealsi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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