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딜사이트]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시계 7년째 '멈춤'
- 작성자 :
- 관리자
- 작성일 :
- 2025-09-18

현대자동차그룹 양재 사욕 전경. (제공=현대차그룹)
현대자동차그룹이 순환출자 고리를 끊어내기 위한 지배구조 개편을 공식화한 지 7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답보 상태에 머무르고 있다. 최근 주주권한을 크게 확대한 2차 상법 개정안 법제화로 현대차그룹의 경영권 방어 부담이 커지게 된 탓에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난항마저 예상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2018년 지배구조 개편안이 무산된 이래 후속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7년 전 개편안에는 현대모비스 모듈 및 AS 부품 사업부문을 인적분할해 현대글로비스에 흡수합병시키는 내용이 주요하게 담겼다. 현대모비스에는 자회사 및 피투자회사 지분 관리 사업을 맡겨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는 데 방점을 뒀다.
당시 지배구조 개편 움직임은 글로벌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를 필두로 한 주주 반발에 부딪혀 좌초됐다. 엘리엇은 현대차그룹 개편안이 현대모비스 주주들에게 불리한 것은 물론 사업영역이 다른 회사들 간 합병 출범으로 오히려 기업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여기에 글로벌 양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글래스루이스까지 반대표 행사를 권고하고 나서는 등 압박 수위가 거세지면서 현대차그룹은 개편안 철회로 방향을 선회해야 했다.
현대차그룹 입장에서 재계 10대 기업 중 유일하게 순환출자 고리를 유지하고 있다는 꼬리표는 불편할 수밖에 없다. 실제 현대차그룹 지배구조는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등 계열사 간 지분이 꼬인 형태를 나타낸다. 순환출자 구조에서는 오너 일가가 낮은 지분율로 기업을 지배할 수 있지만 그만큼 경영 투명성이 훼손된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여기에 정부는 2014년부터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개정에 따라 대기업 집단 계열사 간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최근 2차 상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으면서 증권가를 중심으로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수면 위로 떠오를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2차 상법 개정안에는 집중투표제 및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 3%룰(대주주 의결권 제한) 적용 등이 포함돼 있다. 이로 인해 소액주주 및 기관투자자의 의결권이 확대되는 반면 기업은 경영권 안정적으로 행사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게 주장의 요지다.
자연스레 2차 상법 개정안이 정식 발효되기 전까지가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골든타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차 상법 개정안은 내년 하반기 중 본격 시행될 예정이다. 법안이 효력을 갖게 되면 현대차그룹이 여러 이해관계자들과 부딪혀 원하는 방향대로 지배구조를 개편을 추진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문제는 현대차그룹이 시장의 지지를 이끌어낼 만한 지배구조 개편안을 도출해내기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이다. 과거에 비해 주주권익 기조가 강화된 데다 지배구조 개편의 본질적인 목적인 경영권 승계 역시 녹록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서다.
특히 기존안 대로 정의선 회장이 현대모비스 지분을 매입해 지배구조 정점에 서는 승계 그림을 완성한다고 가정할 시 수조원대 자금 유출이 불가피한 점이 걸림돌로 지목된다. 현대모비스 최대주주인 기아 보유 지분(1642만7074주·17.90%)을 정 회장이 매입한다고 가정했을 때 지난 16일 종가(30만9000원) 기준으로 단순 환산하면 최소 5조원이 넘는 자금을 확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들어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을 이끌어야 할 지휘부에도 변화가 감지돼 세간의 이목이 쏠린다. 지난해부로 6년 넘게 현대차 기획조정실을 이끌었던 김걸 전 사장이 현대차정몽구재단 부이사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다. 기조실은 2018년 개편안 마련 당시 실무를 담당한 조직으로 잘 알려져 있다. 현재 장재훈 부회장이 기획조정담당직을 겸직 중인데 장 부회장 체제에서는 아직까지 현대차 지배구조 재정비와 관련해 뚜렷한 움직임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김남은 아주기업경영연구소 부본부장은 "이번 상법 개정안은 이사들이 의사 결정을 내릴 때 더 다양한 이해관계를 고려할 수밖에 없게끔 유도하는 자기감시 효과를 낼 수 있다"며 "기업에서는 주주 추천을 받아 선임된 이사들이 지배구조 개편처럼 기업의 근본적인 변화를 야기할만한 안건에 찬성표를 행사할 수 있을지 충분히 불안해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집중투표제는 2명 이상의 이사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주주에게 선임 이사수만큼 의결권을 부여하고 이를 특정 후보에게 몰아줄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다. 감사위원 분리 선출은 감사위원이 될 사람을 일반 이사들과 따로 주주총회에서 별도 선임하는 제도다. 3%룰의 경우 감사위원 선임 시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전체 의결권 합산 비율을 3%까지만 인정하는 데 초점을 둔다.

현대자동차그룹 순환출자 구조. (그래픽=이동훈 기자)
이솜이 기자 cotton@dealsite.co.kr
https://dealsite.co.kr/articles/1483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