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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제안 주총안건 상정 봇물…상장사 50곳 내외로 늘어날 듯
- 작성자 :
- 관리자
- 작성일 :
- 2023-02-26
최근 행동주의펀드와 소액주주들의 주주 권리 행사가 활발해지면서, 주주제안이 주주총회 안건으로 상정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증시에선 다음 달 정기 주주총회에 주주제안을 안건으로 상정하는 상장사 수는 올해 50곳 안팎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소송과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사례도 늘어 다음 달 정기 주총 시즌에 주주 활동과 상장사의 대응 움직임이 최고조에 이를 것으로 관측된다.
◇ 주주제안 주총 안건 상정 봇물…올해 늘어날 듯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일 이후 주주제안을 정기와 임시 주총 안건으로 올린 상장사는 24일 기준 17곳으로 집계됐다.
경영권 분쟁이 불거진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041510]와 ES큐브, 휴마시스, 유니켐, 디씨엠, 어반리튬, 한진칼, 디엔에이링크, 사조산업, 광주신세계, 지더블유바이텍, 대원강업, 국보디자인, 전방, KB금융, 하이록코리아, 한국경제TV 등이다.
주주제안은 주로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소각, 이사·감사 선임이나 해임 등이다.
SM의 다음 달 31일 정기 주총 안건 중에는 이사 선임과 정관변경 등 주주제안이 다수 포함됐다. 광주신세계는 다음 달 22일 정기 주총에 주주가 제안한 배당과 사외이사 선임 안건을 올렸다. 사조산업도 다음 달 23일 정기 주총에 주주가 제안한 배당과 액면분할 안건을 상정했다. 시장에선 '주주제안'을 다음 달 정기 주총 안건으로 올리는 상장사 수는 작년 27개사에서 올해 50개사 안팎까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임시 주총을 포함하면 100곳 내외까지 증가할 수도 있다. 한국상장사협의회는 작년에 정기와 임시 주총 때 주주제안을 안건으로 상정한 기업과 안건 수가 각각 41개사와 100여건에 이른다고 밝혔다.
김남은 아주기업경영연구소 부본부장은 "최근 스튜어드십 코드 활성화와 주주환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주주제안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현재 소액주주 모임과 행동주의펀드가 관심을 보이는 상장사 수만 수십 개에 이른다.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 관계자는 "우리와 연계해 활동하는 주주 모임은 10∼20개 수준"이라며 "일부 모임은 사조산업, 알테오젠, 오스코텍, DB하이텍, 이수화학 등에 주주제안을 했다"고 말했다.
'주식농부'로 알려진 큰손 주주 박영옥 스마트인컴 대표도 농심홀딩스 등 12개 상장사에 배당 확대와 자사주 소각 등을 제안했다.
행동주의 펀드로 분류되는 트러스톤자산운용은 태광산업[003240]과 BYC[001460]에 배당성향 제고 등을 주주 제안했다. 밸류파트너스자산운용도 KISCO홀딩스[001940]에 배당, 자사주 매입·소각을 요구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3월 정기 주총 때 주주제안을 안건으로 올리는 상장사 수는 작년보다 50% 정도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주총 안건상정 가처분 등 법적대응도…일각서는 형사 고소전
그러나 주주제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일부 주주는 다음 달 정기 주총 시즌을 앞두고 더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고 있다.
행동주의펀드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 측 사모펀드들은 KT&G를 상대로 자신들이 제안한 분할계획서 승인과 이사 선임 등을 정기 주총 안건으로 상정해달라며 법원에 의안 상정 가처분을 신청했다.
한국철강 소액주주들도 지난 23일 회사를 상대로 자사주 매입·소각을 주총 안건으로 상정해달라며 가처분을 신청했다. 반면 한국철강은 "자사주 소각은 이사회 의결 사항"이라며 안건 상정을 거절했다.
한국철강 소액주주모임 대표 손 모 씨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회사가 돈을 못 버는 것도 아닌데 대주주와 소액주주에 공평하게 이익을 분배하지 않으니 장기투자한 주주들로서는 참을 수가 없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손씨는 "소액주주표를 최대한 끌어모아 '3%룰'(상법에서 감사 선임 시 대주주가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을 3%까지만 인정하는 제도)이 있는 감사위원 선임 안건 표 대결에서 이기겠다"고 의지를 보였다.
회사와 주주 간 다툼이 심화해 서로를 향한 형사 고소전으로 번진 경우도 있다.
코스닥 상장사 헬릭스미스는 최근 소액주주 추천으로 선임된 사내이사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고소하고 소액주주 비대위 측 위임장 작성 권유인을 사문서위조 등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소액주주 비대위는 "주주들을 상대로 한 사측의 고소·고발은 전부 무고죄로 맞대응하겠다"고 맞섰다.
◇ 주주와 사측 격돌 예고…3월 정기주총 시즌 '분수령'
이처럼 주주 활동과 사측의 대응 움직임은 다음 달 정기 주총 시즌에 최고조에 이를 것으로 관측된다.
주주들은 통상 주총이 열리기 6주 전까지 주주제안을 해야 한다. 상장사들은 주총 소집 결의와 통지·공고, 배당 결정을 주총 개최 2주 전까지 알려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주주들은 주총 소집 결의 공시를 통해 주주제안이 받아들여졌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주주제안이 주총 안건으로 상정되는 것은 주주의 다양한 의견이 기업 의사결정에 반영되는 과정으로 이해해야 한다"며 "이는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고 자본시장 신뢰가 쌓이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주주제안이 합리적인지를 판단하는 주주 역할이 중요하다"며 "장기적으로 합리적인 주주제안이 반영되면 기업과 주주 모두가 이득을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윤선희 기자 indig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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