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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승코퍼, 지배구조 등급 겉보기만 '양호'
- 작성자 :
- 관리자
- 작성일 :
- 2025-02-26
특히 화승코퍼레이션 경영위원회가 전원 사내이사로 구성됐다는 점에서 논란을 키우고 있다. 경영 독립성이 담보되지 않을 뿐더러 사외이사의 경영위원회 합류를 저지하는 조항을 명문화했다는 이유에서다.
◆ ESG기준원, 상장 4사 G등급 'B+'…서스틴베스트, 화승코퍼만 낮은 등급 부여
25일 한국ESG기준원에 따르면 화승코퍼레이션은 지난해 지배구조 항목에서 'B+'를 받았다. 해당 등급은 양호한 지속가능경영 체제를 구축하고 있지만, 체제 개선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한 상태임을 의미한다.
화승그룹 지배구조 최상단에 자리 잡은 화승코퍼레이션은 2021년 화승알앤에이가 인적분할을 단행하기 이전부터 지배구조 평가를 받아 왔다. 2013년 지배구조 등급은 C등급(비재무적 리스크로 인한 주주가치 훼손의 여지가 큼)에 불과했으며, 2016년 처음으로 B등급에 안착했다. 지금의 화승코퍼레이션이 출범한 이후에는 B등급과 B+등급을 오가고 있다.
화승코퍼레이션 뿐 아니라 화승그룹 내 나머지 상장 3개사가 지난해 지배구조 등급 'B+'를 획득했다. 이 회사들의 경우 오너일가 전원이 경영에 참여 중이다. 또 3세 장남인 현지호 그룹 총괄부회장과 차남 현석호 부회장은 각각 화승코퍼레이션과 화승인더스트리 대표이사 겸 최대주주다. 이로 미뤄볼 때, 화승그룹은 전반적으로 무난한 수준의 거버넌스를 구축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면면을 들여다보면 화승코퍼레이션의 거버넌스가 진보됐다고만 평가할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기업지배구조 핵심지표 이행률이 코스피 상장사 평균인 50%보다 낮은 40%로 집계된 데다, 이사회 산하 소위원회를 두고도 운영 방식 등이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스틴베스트의 경우 화승인더스트리와 화승엔터프라이즈의 지배구조 등급을 'B'로 책정한 반면, 화승코퍼레이션은 'B 미만'으로 평가했다.
◆ 핵심지표 이행률 40%, 상장사 평균 하회…그룹사 중 최저
지배구조 핵심지표는 ▲주주 5가지 ▲이사회 6가지 ▲감사기구 4개 등 총 15가지 항목으로 나눠진다. 주주권익을 보호하고 있는지를 판단하는 주주 관련 항목은 ▲전자투표제 도입 ▲주총 집중일 이외 개최 2가지만 이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주환원과 직결되는 배당과 관련된 항목은 미이행하고 있다.
이사회의 경우 ▲최고경영자 승계정책 마련 및 운영을 제외하고는 모두 지켜지지 않고 있다. 예컨대 사내이사이자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으며, 부적격 임원의 등기이사 선임을 방어할 수 있는 견제 수단도 마련돼 있지 않다. 이사회 내 여성은 한명도 없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화승그룹 계열사인 화승인더스트리와 화승엔터프라이즈가 각각 53.3%의 이행률을 보였다는 점이다. 화승코퍼레이션이 해당 계열사들보다 13.3%p 낮은 수치를 기록 중인 것이다.
화승인더스트리와 화승엔터프라이즈는 배당정책 및 배당실시 계획을 연 1회 주주에게 동지하고 있으며, 리스크 관리를 위한 내부통제정책을 마련해 뒀다. 기업가치 훼손 이력이 있는 자의 임원 선임을 막을 수 있는 장치도 이미 만들었다. 화승그룹 지주사 역할을 수행하는 화승코퍼레이션이 사실상 계열사보다 후퇴한 지배구조를 그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거래소는 연결 재무제표 기준 자산이 5000억원 이상인 코스피 상장사를 대상으로 기업지배구조보고서 제출을 의무로 하고 있다. 2023년 말 기준 화승코퍼레이션의 총자산은 1조1545억원을 기록했다. 화승인더스트리와 화승엔터프라이즈의 경우 각각 1조6533억원, 1조3606억원으로 나타났다. 화승알앤에이의 경우 자산총계가 4308억원으로 공시 의무가 없다.
◆ 경영 실권 쥔 경영위원회…사외이사 의견 개진만 가능, 합류는 '불가'
화승코퍼레이션은 이사회 독립성과 투명성을 두고도 뒷말이 무성하다. 이사회 산하 경영위원회가 전원 사내이사로만 구성돼 있기 때문이다. 경영위원회는 허성룡 대표이사 사장이 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현 총괄부회장과 곽명철 경영기획담당 상무(사내이사) 총 3인으로 운영된다.
구체적으로 경영위원회는 이사회에서 위임한 사항을 다루는데 ▲신규 투자 및 증설, 철수 ▲차입 및 채무보증, 담보제공, 금전 대여 ▲신사업 ▲대표이사 선임 및 해임 ▲급여 체계 등이다. 사실상 경영위원회에서 회사 운영과 관련된 전반적인 결정이 이뤄지는 것으로 풀이된다.
화승코퍼레이션의 경영위원회 운영규칙에 따르면 위원회가 '이사회에서 선임한 2인 이상의 이사로 구성한다'고 적시돼 있는 만큼 사외이사를 선임하는데 절차 상 제약이 없다. 하지만 화승코퍼레이션은 일종의 '꼼수' 조항을 두고 있다. 감사위원과 관련해 '위원회에 출석해 의견을 개진할 수 있지만 의결권은 가지지 아니한다'고 명시해 두고 있는데, 이 회사 사외이사 3인 모두 감사위원회 감사위원이다. 사외이사를 감사위원에 선임하는 방식으로 실질적인 경영에는 개입하지 못하도록 했다는 해석이다.
김남은 아주기업경영연구소 부본부장은 "지배구조와 관련한 수많은 항목 가운데 연구소마다 중점적으로 살펴보는 기준점과 항목별 가중치 등이 상이한 만큼 평가 등급에도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며 "실제 G등급과 기업지배구조 핵심지표 이행률의 상관관계가 아예 없다고 볼 수 없지만, 명확하게 일치한다고도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세정 기자 sjlee@dealsi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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